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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날

by 최인표 2007. 9. 12.
날씨가  몹시도 우중충하다. 후즐근하고, 끈적끈적한 공기가 벌레처럼 온 몸을 휘감는 야릇한 느낌이 불쾌하다. 가뭄과 무더위 속에 내린 비라 조금은 상쾌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 아마도 생활 속의 각종 짜증덩어리가 날씨와 함께 나를 엄습한 결과일 것이다.

  지금 무엇인지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또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냥 마음이 무겁다. 얼마전에 사회복지과 학생들과 더불어 휴식을 취하면서 실습용으로 가져온 설문지를 작성한 적이 잇다. 그저 재미삼아 작성한 것인데 학생들은 설문조사결과 우울증이란다. 우울증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유쾌한 것의 반대라면 지금 나의기분이 일 것이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생활 속에 공부하고 글써야 한다는 압박감만 남아 마음이 무겁다.

  태풍이 온단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켜 갈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하면서 그래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조심하라고 한다. 지금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태풍의 영향을 받아 한바탕 뒤집혀질 것인가? 아니 뒤집히고 있는가?

  나는 한 번도 태풍부는 바다에 가 본 적이 없다. 한번 보고 싶은데. 그 강한 바람과 바람에 뒤집히는 그래서 넘쳐나는 바다를 한 번 보고 싶은데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저 상상과 화면의 것으로 만족하여 왔다. 지금 태풍이 온다니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리고 보고 싶다. 그래서 그 넘쳐나는 파도를 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여유를 느끼고 싶다.  

2004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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