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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화개동 시

by 최인표 2024. 5. 18.

東詩

동시

 

堯山堂外紀備記乙支文德事且載其與隋將詩曰神策究天文妙算窮地理戰勝功旣高知足願云止其詞近古

요산당위기에 을지문덕의 일을 갖추어 기록하였다. 또 그가 수나라 장수에게 준 시에 신묘한 계책은 천문을 궁구하였고, 신묘한 계산은 지리를 다하였다. 싸워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라 그치기를 원하노라.”했는데 시의 말이 고시에 가깝다.

 

堯山堂外紀曰高麗使過海有詩云沙鳥浮還沒山雲斷復連時賈鳥詐爲梢人聯下句曰穿波底月船壓水中天麗使歎服云所謂麗使未知何人而俗傳崔致遠所作者恐誤但非麗使似是新羅時也

요산당외기에 말하기를 고려의 사신이 바다를 건너다 지은 시가 있는데 물새는 떠올랐다 다시 사라지고, 산 구름은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네.”하였다. 그때 가조()가 사공으로 변장하고 있었는데, 聯句(시의 댓구)를 지어 노는 물결 아래 달을 뚫고, 배는 물속의 하늘을 누른다.”하니 고려의 사신이 탄복하였다. 이른바 麗使는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나 세상에서는 최치원이 지은 것이라 하나, 아마도 잘못일 것이다. 다만 고려의 사신이 아니라 이는 신라 때인 듯하다.

 

智異山有一老髡於山石窟中得異書累帙其中有崔致遠所書詩一帖十六首今逸其半求禮倅閔君大倫得之以贈余見其筆跡則眞致遠筆而詩亦奇古其爲致遠所作無疑甚可珍也

지리산에 한 늙은 스님이 있었다. 산의 석굴 안에서 이상한 글 여러 질을 얻었는데 그 안에 초치원이 글과 시 116수가 있었다. 지금 그 반을 잃어버렸다. 구례 쉬()민군 대륜이 그것을 얻어 나에게 주었다. 그 필적을 보니 곧 참으로 최치원의 글씨로 시가 또한 기이하고 예스러우며 고아하여 최치원이 지었다 하는 것을 의심할 것이 없었다. 매우 보배로 여길만하다.

 

詩曰

시에

 

東國花開洞동국 화개동은

壺中別有天항아리 속의 별천지

仙人推玉枕선인이 옥 베개 밀어

身世欹千年몸과 세상은 어느덧 천년.

 

萬壑雷聲起모든 골짜기 우레 소리 일어

千峯雨色新봉우리마다 비에 색이 새롭다.

山僧忘歲月산중의 스님은 세월을 잊었는데

唯記葉間春오직 나뭇잎 사이로만 봄을 기억할 뿐이다.

 

雨餘多竹色비온 뒤 대나무 잎 더욱 푸르러

移坐白雲開옮겨 앉으니 휜 구름이 걷히네.

寂寂因忘我적막함은 나를 잊게 하고

松風枕上來소나무 사이 바람은 베게머리로 불어온다.

 

春來花滿地봄이 오니 꽃은 온 땅에 가득하고

秋去葉飛天가을이 가니 나뭇잎이 하늘을 나른다.

至道離文字도에 이르면 문자를 떠나는 법

元來在目前원래 눈앞에 있던 것을

 

澗月初生處산골 물 가 달이 처음 뜨는 곳

松風不動時솔바람 일지 않을 때

子規聲入耳소쩍새 우는 소리 귀에 들리니

幽興自應知그윽한 흥취 스스로 일어났다.

 

擬說林泉興산림 속 흥취 말로는 들었지만

何人識此機누가 이를 알겠는가

無心見月色무심히 달빛을 보고

默默坐忘歸말없이 앉아 돌아갈 것을 잊었다.

 

密旨何勞舌비밀한 가르침 어찌 혀를 수고롭게 하리오

江澄月影通맑은 강물에 달그림자 비친다.

長風生萬壑긴 바람 골짜기에서 일어나니

赤葉秋山空붉은 단풍 가을 산을 비운다.

 

松上靑蘿結소나무 위에는 푸른 댕댕이 얽히고

澗中流白月산골 물에 밝은 달이 흐른다.

石泉吼一聲바위틈의 샘은 요란한 소리내고

萬壑多飛雪모든 골짜기에는 눈발이 날린다.

 

伽倻山石負庵巖石上有刻詩曰

가야산 석부암 바위 위에 시를 새긴 것이 있는데

 

新羅末裔愛丘山신라 말 사람이 언덕과 산을 사랑하여

深鎖雲林不出寰깊이 숲 속에 숨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三見仙桃花結子세 번이나 선도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 보았으니

笑他人老百年間다른 사람이 백년 사이에 늙는 것이 우습다

 

傳者疑爲崔致遠之作然詩格不近似矣末裔蓋猶言末世也

전하는 사람들은 최치원이 지은 것이라 의심하였다. 그러나 시의 격이 근사하지 않다. ‘末裔末世라는 말과 같다.

(이수광, 지봉류설13, 문장부6,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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